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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니콜 키드먼·이와이 슌지 절찬!
《백화》는 치매 증세가 심해지며 혼란스러워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을 통해 부모 자식 관계 아래에서 흐르는 감정을 들춘다. 우리는 우리를 낳기 전의 엄마도 엄마의 일부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 태어나서 겪어온 모습만을 엄마의 전부로 착각했다가 엄마와의 추억조차 입맛에 맞춰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기억을 통해 가족과 연결되고 각자의 기억을 통해 서로의 애정을 시험하며 삶을 이어나간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 엄마를 돌보는 아들이 기억을 더듬는 이야기.
사라져가는 기억 속에 숨어 있는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
“집에 도착했는데 엄마가 없었다.”(14쪽) 곧 아버지가 되는 회사원 이즈미와 피아노를 가르치며 혼자 생활하는 엄마 유리코 사이에는 과거의 ‘사건’을 계기로 맺힌 응어리가 있다. 이즈미는 가끔 집에 돌아가 엄마를 챙기려 하지만 임신한 아내와 바빠지는 일로 그것도 여의치 않다. 그러던 중 엄마가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 연락을 받은 이즈미는 병원에 동석하고, 엄마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는다. 이즈미는 새로운 가정과 어머니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치매가 점점 진행되는 엄마는 집에서 나가 밖을 배회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잃어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 서서히 무너지는 엄마를 바라보며 이별을 어렴풋이 인지하면서도 이즈미는 엄마와의 추억을 뒤늦게나마 주워 담는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일기를 통해 둘 사이에 있었던 ‘사건’의 진실, 홀로 이즈미를 키우던 엄마가 가출했던 1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어가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잊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계속 남는 것은 무엇인가.
잃어버린 기억이 비추는 행복의 형태.
“엄마는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잊었다.”(374쪽) 《백화》는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소설’이라는 평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모았다. 작가의 외할머니의 치매가 발병한 것을 계기로 쓰였기 때문일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외할머니를 이해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가와무라 겐키는 인간을 만드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기억이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이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우리의 곁에 새로 생기는 가족 또한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이별은 찾아오지만 기억은 그렇게 이어진다. 섬세하게 짜 맞춰진 이야기로 심금을 울리는 작가 가와무라 겐키의 문장은 가족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을 때 솔직해지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굴었던 우리 모두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 추천사
■■■ 작가의 말
■■■ 옮긴이의 말
유리코와 이즈미 사이에는 없었던 것으로 치부한 1년이 있다. 유리코가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면 이즈미는 그때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을까. 유리코가 먼저 세상을 떠날 테니 언젠가 유품을 정리하며 일기장을 찾았겠지만, 기억을 잃는 엄마를 지켜보면서 읽은 일기와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물고기를 낚은 곳은 바다로 기억했을 테고, 미아가 되었던 자기 심정을 엄마가 알았던 것도 몰랐을 테고, 절반만 보이는 불꽃의 아름다움도 잊었을 것이다.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은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없다. 가오리에게도, 아들 히나타에게도 유리코와의 추억을 들려주지 못한 채 이즈미도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어쩌면 유리코와 이즈미 모자에게는 유리코의 치매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_이소담(번역가)
■■■ 독자평
■■■ 차례
1장 꽃
2장 부모
3장 전화
4장 눈물
5장 균열
6장 인생
7장 배회
8장 준비
9장 책임
10장 기억
11장 행복
12장 어른
13장 불꽃놀이
14장 여행
15장 절반 불꽃
해설
옮긴이의 말■■■ 책 속에서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생일 선물을 줬다. 전날인 12월 31일, 뭘 살지 고민하며 상점가를 헤맨 끝에 수선화를 한 송이 샀다. 밤늦은 꽃집에는 그것만 남아 있었다. 가늘고 길게 포장된 꽃을 받은 유리코는 고맙다고 속삭이듯 말하더니 다급하게 거실에서 나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 얼마 전에 전화로 말한 거.”
둘이서 살아온 균형이 또다시 무너지려 한다.
유리코가 붙들어두려고 한 기억의 파편이 가득했다. 여기가 화장실이고 여기가 욕실. 나기사 홈에서 반복해서 복창하던 엄마의 목소리. 백미러 속에서 작아지던 모습이 뇌리에 떠올랐다. 나기사 홈의 현관에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너 정말 누굴 좋아해 본 적 없구나.” 경사가 가팔라져서 핸들이 흔들렸다. 허리에 둘린 미요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좋아하면 바쁘니 뭐니, 배려하느니 뭐니, 그런 거 전혀 상관없어.”_138쪽
이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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